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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사진

[문학기행][청송 객주문학관] [소설, '객주'의 작가 김주영 선생님]

by 헬쓰라이프 2019. 4. 27.

한국의 서민은 고향을 잃어버린 대신 "객주"를 얻었다. - 문학 평론가  황주연 님

 

오늘은 이번에 문학기행 다녀왔던 것을 포스팅해 보려구요. 아침 일찍 일어나 몇 시간을 달려갔죠. 맨 먼저 포항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을 시작으로 호미곶 및 둘레길, 새천년기념관, 국립 등대박물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죽도시장, 청송 야송미술관, 청송 객주문학관 등을 거쳐 늦게서야 집에 도착했답니다. 

 

그중 다른 곳은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리도록 하고 먼저 '청송 객주문학관'을 스케치해 볼까 해요.

 

청송 객주문학관은 경북 청송군 진보면 청송로 6359에 위치한 문학관으로 소설 『객주』의 모든 것을 전시해 놓은 곳이에요(054-873-8011).

 

또, 미리 예약하면 민박도 가능한 곳이며, 작가 김주영 님이 소설  『객주』를 집필하면서 쓴 펜(철필)이며 사진기, 깨알같이 쓴 노트, 소설 속 중요 장면 등이 상세히 전시되어 있어 소설에 대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집필 과정과 주제, 소재, 배경 등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폐교된 진보제일고를 증·개축하여 오픈(2014년에 개관)하여 그런지 규모가 크고 모양도 단아하며 한적한 곳에 자리 잡아 경치 또한 수려하고 비 길데 없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객주』, 여러분 다들 읽어셨나요? 아직 읽지 못하신 분이 계실지라도 그 이름은 대부분 들어 알고 계시죠? 그 내용, 배경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여기선 생략하기로 하죠. 사진을 보며 그 밑에 간단히 설명드릴까요? 

 

청송객주문학관
청송객주문학관 외관(멀리서).이 곳에서 가까운 청송 진보 전통시장은 불후의 명작 『객주』의 토대며 토양이라고 할 수 있죠.'길위의 작가' 김주영선생님의『객주』를 찾아 들어가 볼까요?
청송객주문학관
청송객주문학관 외관. 학교에 - 단, 휴일이라 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한적한 학교에 - 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잠시 사로잡혔었죠. '아차, 여긴 객주문학관이지!' 이렇게 잠깐의 착각은 현실로 바뀌었어요.
청송객주문학관
폐교된 진보제일고를 증·개축한 것이라 가까이 다가갈수록 학교내음이 더욱 뚜렷이 풍겨 오는군요.
청송객주문학관.
오후의 봄 햇살을 받으며 문학인 손님들의 발길을 반기고 있는 청송객주문학관.
청송객주문학관
여기는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인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해요.
청송객주문학관
황동으로 만든 것 같은 공모양의 조형물인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무로 만든 것이어서 많이 놀랐죠. 숙소와 전시관 중간에 서 있어요. 세계적인 아티스트 이재효님의 '하나의 둥근 지구'라는 작품인데, 학교로 치면 중앙현관에 위치해 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청송객주문학관
소설 『객주』의 작가이신 김주영 선생님을 뵙는 행운을 가졌어요. 문학인들은 특별히 이런 기회를 가지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매우 힘들죠. 말을 잘 못한다고 하시더니 달변으로 돌변하여 서울신문에 연재될 당시를 회고하셨어요.

청송객주문학관
객주문학관 전시실 1층 내부 입구.
청송객주문학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소설 『객주』전 10권이 전시실 1층에 진열되어 있네요. 1979년부터 서울신문에 연재된 이래 창작과비평사에서 81년부터 84년까지 전 9권이 순차적으로 초판, 중판인쇄를 거듭하며 발간되어 84년에 9권으로 완간되었고, 92년 개정판을 낸 이후 97년 9쇄가 발행되었다죠. 이후 수많은 시간을 뛰어 넘어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 10권이 추가로 연재되면서 그해 9월에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현재의 총 10권으로 완간되었어요(1979년 6월 1일부터 1984년 2월 29일까지 4년 9개월간 1,465회에 걸쳐 1~9권이 서울신문에 연재되었고, 이후 30여년 만인 2013년 4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108회에 걸쳐 10권이 추가로 연재된데 이어 9월에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전 10권으로 완간되었음). 처음으로 연재된 이후 34년만에 맨 마지막 권인 10권이 집필된 '소설, 『객주』의 이러한 역사는 참으로 놀랍고 이색적이다'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군요. 세계 문단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차를 두고 완결된 또 다른 작품이 있을까요?
청송객주문학관
가슴뭉클한 한 마디. 「한국의 서민은 고향을 잃어버린 대신 "객주"를 얻었다.」- 문학평론가 황종연님
청송객주문학관
철필로 깨알같이 쓴 글. 서울신문에 연재할 당시에 쓴 글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소설 『객주』의 모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저는 이 철필 글씨에 가장 크게 감명을 받았어요. 어쩌면 글씨가 거의 보이지도 않게 빼곡히 적혀 있을 수 있을까요...). 작가께 "왜 글씨를 크게 원고에 써 놓지 않고 이렇게 작은 글씨로 써 놓았습니까?"라고 어떤 문인이 문의 드리니 "글의 연속성을 위해 작가는 앞의 내용을 참고하며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 그걸 가지고 다니며 쓰는데, 원고지에 쓴 글이나 노트에 쓴 글이라 할지라도 글씨가 크면 분량이 너무 많아 들고 다니기가 아주 힘들어요. 그러나 글씨를 최대한 작게 써 가지고 다니면 얇은 노트 몇 권으로 족하기에 이렇게 작은 글씨로 쓸 수밖에 없었지요"라고 답하셨어요. 모두 수긍하여 탄성을 자아내며 고개를 끄덕였죠. 소설가 이문구(작고)씨는 이 노트를 보고 "이것은 그의 피다. 피를 흘리는 김주영의 모세혈관이다"고 했다지요.
청송객주문학관
역시 작은 글씨로 된 원고. 철필도 함께 놓여 있어요.
청송객주문학관
소설 『객주』집필에 사용된 철필, 사진기 등 용구들. 사진이 또 하나의 취미였다고 해요.
청송객주문학관
소설『객주』에 등장하는 아리송한 우리말들. 뜻이 무엇인지 한번 추측하여 보시죠.

 

수많은 사진을 찍었으나 여기 다 싣지 못하겠군요. 대지가 푸르게 옷을 입고 있는 꿈같은 봄날, 청송 객주문학관을 찾아 작가 선생님도 뵙고 소설, 『객주』의 집필 과정 등에 대해 자세히 보고 마음에 새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바라기는 앞으로 시간을 좀 더 내어 문학관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하고 주변의 수려한 경치도 감상했으면 합니다. 문학 걸작품의 탄생! 그것은 배경, 모티브, 땀과 노력, 그리고 작가의 숨결... 이 모든 것과 어느 누구도 모를 다른 요소들이 어우러져 빚어진 결정체가 아닐까요? 저도 본업은 아니지만 필생의 역작을 내고 싶은 아름다운 욕심(?)을 품어 봅니다.^^

 

마침, '제5회 이세현 개인전'(2019. 4. 17 - 6. 30)이 막 시작되어 화가이신 이세현 님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시간에 쫓겨 그곳은 관람을 못해 아쉽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고 '작품'은 작가를 만든다. -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빗대, 언뜻 떠오르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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