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군밤이 제맛이죠!
며칠 전 휴일에 아내와 산책가다가 군밤굽는 아저씨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일단 군밤사업을 하려면 트럭과 굽는 기계, 그리고 좋은 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네요.
아저씨가 구워 팔고 있는 밤 종류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물어 보았는데 '창밤'이라고 해요. 그걸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재차 물어 봤지만 그건 영업상 비밀이라며 알려 주지 않으시네요.
아무튼 그 창밤이라는 것은 작고 반질반질 윤이 나며 매우 달아요. 검색을 해봤더니 그 밤을 판매하는 곳이 있더군요.
밤을 구워 판매하는 사업에서는 미리 전날 밤에 예비작업을 해 두어야 하는 것이 크다면 큰 문제였어요. 그건 바로 아래 사진에서처럼 밤 밑부분에 옆으로 길게 칼자국을 내는 것이었어요. 저렇게 해야 금방 불기운이 들어가서 밤이 골고루 잘 구워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밤이 굽히다가 터지지 않는다고 해요.
트럭의 바테리에 전원을 연결하여 모터를 돌려서 밤에 골고루 가스불이 닿도록 (밤굽는) 기계의 밤넣은 둥근 통을 일정한 속도로 회전시켜 줘요. 아래서는 물론 가스레인지처럼 가스불이 올라 오고 있죠.
굽는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데 그건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기술이라더군요. 사진을 찍으려니까 다 찍어도 좋은데 얼굴만은 찍지 말라고 하여 손만 나오도록 찍었답니다.
"겨울에 이 밤 구워 파는 것 이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재미가 쏠쏠하다니까요!"하며 싱긋 웃었습니다.
옆에 고구마 굽는 기게도 있었는데 아직은 그것을 굽지 않고 있었어요. 아마 오후 늦게나 구울 모양이에요.
밤이 다 굽히니 꺼내는 장면과 또 다시 생밤을 넣어 굽는 장면까지 다 보여 주시던데, 아무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부터 얻는 보람과 소득, 그리고 만족감...
일이란 우리 모두에게 보람을 주며 때로는 존재의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아주 소중한 녀석이죠.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재산이 수백억대예요. 그런데 '~연구소'라며 사무실을 하나 차려 놓고 손님이 없어 적자를 보는데도 계속 사업을 하는 거였어요. 손님이라고는 매일 말친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죠. 이게 약 10년 전이었는데 지금도 손해 봐가며 계속 그 사업을 하는 중이에요.
"이 분은 도대체 왜 이럴까? 그냥 집세나 받으면서 운동하고 여가시간이나 보내시지. 나같은 사람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직장에 다녀야 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하면서 10년 전 그때는 그 해답을 찾지 못했죠.
그런데 이제서야 그 의문점이 풀렸어요. '사람이 눈뜨면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함께 이야기할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지요! '몇시에 문을 열고 몇시에 점심약속 잡아 점심 같이 먹고 몇시에 문을 닫고 퇴근하고... 그 이후 또 저녁약속...' 이것이 사람 사는 즐거움이었던 거죠.
밤의 효능은 아래 댓글에 링크주소를 남겨 드릴 테니까 찾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아래 태그의 '밤의 효능'을 눌러 보셔도 될 것 같네요.
이 군밤아저씨는 밤을 구워 파시면서 보람을 느끼고 돈도 벌면서 행복을 누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군밤 5천원어치를 샀는데 얼마 안 주시네요. 아무튼 이렇게 하여 겨울거리의 군밤을 둘러싼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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