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명의 신비(자연은 건강의 원천)/동식물을 친구로!

직박구리 아기 새 한 마리가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by 헬쓰라이프 2021. 8. 11.

직박구리를 유심히 보다가... 그 중 한 마리가

우리 가족이 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직박구리 어미 새의 둥지 속재료 선택 잘못으로 아기 새 두마리가 큰일날 뻔했어요-

 

앞선 포스팅에서 보셨겠지만 아파트 창문을 통해 직박구리 가족을 유심히 관찰하며 약 1주일을 보냈는데요, 그 중 한마리랑 가족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냥 잘 커서 다 날아가겠거니 했는데 8월 2일 월요일날 일하러 갔다가 왔더니 아내가 다급한 어조로 저에게 말했어요. "여보 지금 저 밖에 아기 새들이 이상하게 매달려 있어요. 거꾸로 되어 있는 것 같은데 높아서 어떻게 해 볼 수도 없고 해서. 빨리 한 번 보고 바로 잡아 줘요. 한 마리는 아침 10시 좀 지나 저렇게 되었으니까 적어도 8시간은 매달려 있었겠네... 걱정이 얼마나 되던지!" 

 

그래서 바로 랜턴을 비추어 봤어요. 세상에! 아기 새 두 마리가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한 채 둥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눈을 비비며 더욱 자세히 봤더니 발이 둥지에 묶여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얼른 밖으로 나가 높은 의자를 놓고 둥지를 떼어서 아래로 내려 봤죠. 

 

8월 1일 일요일 아침만 해도 너무나 평화스러워 보였죠. 어미 새가 와서 먹이를 먹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보였어요.

 

묶여 있던 것 같던 녀석들의 발톱이 아주 질긴 합성섬유같은 것에 꽉 끼어 있어 꼼짝을 못하고 있는 거였어요. 바로 떼어 내려고 했으나 얼마나 단단히 얽혀 있었던지 한참만에 얽힌 실을 풀어서 아기 새들을 겨우 둥지에서 분리할 수 있었답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아주 생생했고(요 녀석은 거꾸로 매달린지 3시간 가량 되었대요) 나머지 한 마리는 너무 힘이 없고 놀란 듯 축 늘어졌어요. 그래서 그 힘을 못 쓰던 아기 새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 와 먹을 것을 줬더니 (달걀 노른자. 잘 몰랐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입에 대지도 않았어요. 아내가 말했어요. "얘는 엄마가 주는 것 외엔 안 먹을 텐데... 그냥 둥지에 갖다 넣어 줘요. 우리 임무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어미 새 몫!"

 

 

8월 2일 아침에 집에서 나가며 찍은 것인데요, 이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보면서 이미 이 두 녀석은 발이 둥지에 묶여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게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어미 새가 밖에서 아무리 불러 내도, 발이 묶여 둥지를 떠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어미 새는 밖으로 안 나오는 아기 새를 둥지에까지 가서 불러 내지는 않는다는군요. 이때 눈치를 채고 꺼내 주었더라면 모든 게 여기서 다 끝날 뻔했는데 제가 너무 무지하고 미련하였던 것 같아요.

 

2일 밤 모습입니다. 이 두 녀석들이 둥지를 벗어 나려고 하도 퍼덕거리다 보니 이 둥지가 기울여졌겠죠. 그래서 질긴 실에 발톱이 묶여 있던 이들 둘은 둥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렇게 거꾸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한 마리는 8시간 가량 매달려 있었다고 하며 나머지 한 마리는 3시간 가량 매달려 있었다는군요. 둘 다 묶인 부분을 풀어서 둥지에 넣어 줬는데 그 중 한마리는 너무 힘이 없어 집으로 데리고 들어 왔어요. 그게 그저께 밤이었죠.

 

저도 "엄마가 키우는 게 제일이지. 그래 넣어 주자." 하고 둥지에 넣어 줬죠. 최초 3마리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총 4마리였어요. 두 마리는 둥지 근처 나뭇가지에서 자더군요. 걱정이 되어 11시 30분까지 바라보다가 잠을 잤는데 새벽 5시 좀 못되어 깼어요. 랜턴을 켜서 아기 새를 봤더니 두 마리 다 그냥 자는 듯해요. 한 마리는 둥지 가에 서서 자고 나머지 한 마리는 그냥 푹 숙이고 자더군요. 그러다 그저께 8월 3일 6시 좀 넘은 아침에 가 봤는데요, 둥지 가에 서 있던 한 마리는 옆 가지에 내려 와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둥지에서 또 퍼득거렸어요. 

 

데리고 왔더니 아무 정신이 없는지 멍청하게 있더군요. 먹이를 줘도 안 받아 먹어요. 밤에 둥지에 다시 넣기 전의 모습이예요.

 

2일 밤에 다시 어미 새 품으로 돌아가라고 둥지에 넣어 줬답니다. 오른 쪽 아래에는 아기 새 중 큰 녀석이 나뭇가지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앗차. 또 발이 걸렸군!"하고 둥지를 아래로 내려 발에 꽁꽁 묶인 섬유를 또 떼어 내 주었죠. 그리고 다시 안 걸리도록 둥지 안에 비닐 장갑을 깔고 거기 올려 놔 주었어요. 그 다음 비가 내렸어요. 어미 새가 근처에 오긴 왔어도 얘에게 먹이를 안 줬어요. 근처에 있는 다른 아기 새들에게만 먹이를 열심히 주더군요. 그러니 이 아기 새가 얼마나 배가 고팠겠어요? 근 하루 이상이나 못 먹었잖아요. 거기다 둥지에 물까지 고였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매달려 있던 바람에 정신까지 혼미했었겠죠. 같이 매달려 있었던 건강한 한 마리는 땅에 내려 앉더니 막 달아 나더군요. 그렇게 그 약한 녀석을 다시 둥지로 올려 주고 들어 왔는데 얼마 뒤 보니 얘가 없어졌어요. 소리는 나는데. 한참 찾아 봤더니 나무 둥치 아래 비를 맞고 눈이 절반쯤 감긴 상태로 오들오들 떨고 있더군요. 아마, 둥지에 물이 고여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내려 왔던 모양이에요. 비닐 장갑을 깔고 중간에 구멍을 뚫어 놓던지 아니면 신문지 같은 걸 깔아 줬어야 했는데 후회스러웠어요.

 

 

그저께 3일 새벽에 랜턴을 비추어 봤더니 한 녀석은 둥지 가장자리에 앉아 있고 힘들어 하는 녀석은 납작 엎드려 있더군요. 웬지 이제 더 이상 어미 새가 둥지에 오지 않았어요. 평소같으면 벌써 몇 번은 먹이를 주었을 시간이거든요.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때가 되면 어미 새가 먹이를 가지고 와서 아기 새들을 둥지 밖으로 유인한대요. 그때, 얘들 두 마리의 발톱이 둥지에 걸려 어미 새의 유인에 응하지 못했던 거였어요. 죽도록 날개를 퍼득인 것은 어미 새에게 가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던 거죠.)

 

거꾸로 달렸던 두 녀석 중 한 녀석은 막 도망을 치더군요. 여기서도 나머지 한 마리는 발톱이 둥지에 걸려 밖으로 벗어 나오려고 온갖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이시죠? 

 

위에 그 한 녀석이 둥지를 벗어 나려고 마구 퍼득거려서 다시 둥지를 아래로 내려서 발톱에 감긴 질긴 실을 제거하고 둥지 안에 비닐 장갑을 깐 후 다시 넣어 줬더니 이렇게 비에 흠뻑 젖어 있었어요. 그리고 얼마 뒤 얘가 안 보여서 다시 나가 봤는데요, 둥지에는 빗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아기 새는 나무 밑둥치에 내려와 모기소리만하게 울며 몸이 비에 다 젖은 채 추워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요. 어떤 긴박한 사건이 곧 일어날 것만 같았어요. 얼른 집으로 데리고 와서 먹을 것을 주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려 주었어요.

 

'이거 큰일 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얼른 집으로 데리고  들어 왔죠. 그리곤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전화했더니 '먹이 주는 법, 젖은 털 말리는 법'을 알려 주시더군요. 관계자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일단 그저께 사 온 돼지고기를 생으로 꺼내 살코기만 아주 작게 잘랐어요. (돼지고기는 1년에 한 번 사올까 말까 할 정도로 거의 안 사오는데 8월 2일엔 너무나 간절하게 사오고 싶었어요.) 그것을 핀셋으로 집어 줬더니 잘 받아 먹었어요. 그리고는 오들오들 떨었어요. 얼른 헤어드라이어를 가져나와 멀리서 뜨거운 바람을 불어 약 20분 정도 말려 줬어요. 그제서야 눈을 뜨고 날개를 펴기도 하며 털도 보송보송해지더군요. (이 지식은 전화를 통한 '한국조류보호협회' 관계자분들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 먹이를 주고 헤어드라이어로 말려 줬더니 약간 힘을 냈어요. 아주 많이 먹어요. 회복이 빠르죠? 여기까지 어제 일이었습니다. 

 

아무튼, 아기 새들이 둥지를 다 떠난 것으로 알았던지 어미 새가 더 이상 먹이를 주러 오지 않았다는 게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한국조류보호협회'에 전화로 알아 봤더니 아기 새가 어느 정도 크면 어미 새가 아기 새들을 둥지 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한다는군요. 그런데 이 녀석이 말을 안 들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아기 새들의 발톱이 둥지의 질긴 천에 묶여 못 날아 나왔을 테죠." 했습니다.) 어쨌든 어제 4~5회 먹이를 주고 잠을 자도록 어두운 방에 가져다 놓았어요.

 

오늘(5일) 아침에 먹이를 줬더니 두 점을 받아 먹고 힘이 나는지 바로 날아 보려고 시도를 하네요.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인데요, 먹이는 생 돼지고기를 잘게 썰은 겁니다.

 

어미 새의 가장 큰 실수는 둥지를 지을 때, 어디선가 질긴 함성섬유를 가져다 둥지 안감으로 썼다는 건데요, 여기에 날카로운 발톱이 걸려 사고가 났던 거죠. 사람도 미처 생각을 못하는 게 많아 인재로 인한 사고가 많이 나는 것을 고려하면 새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겠죠?

 

사실은 2일 아침 일 나가기 전에 아기 새들을 관찰하는데 두 마리가 계속 푸덕 거렸어요. '이제, 날아 다니는 연습을 하나 보다. 기특하네!'라고 일방적으로 짐작했던 게 가장 큰 잘못이었어요. 그때 알아 보고 얼른 떼어 내 주고 둥지를 정돈해 주었어야 했는데요. 어젯 밤에 거꾸로 달린 아기 새들을 떼어 내기 전 봤더니 이 녀석들이 둥지를 벗어 나려고 하도 퍼득거려서 둥지가 약 80도 이상의 각도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더군요.

 

야생으로 보내려면 날개 힘을 키워야겠기에 일부러 흔들어서 훈련을 시켜 봤습니다. 이제 날려 보낼 때 한 번 더 찍어서 올리도록 하죠. 

 

거꾸로 매달린 이유를 추정해 봤어요. '발톱이 생기고 그들이 단단해진 언젠가부터 얘들 두 마리의 발(톱)이 질긴 천에 계속 걸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이 녀석들이 어미 새의 유인에 따라 둥지에서 벗어나려고 하도 퍼득거려 둥지가 기울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발톱이 둥지의 질긴 천에 묶여 있었으므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거꾸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발톱이 질긴 천에 걸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죠. 그랬다면, 어미 새가 다 유인해 내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 날아 갔을테니까 말이에요. 

 

새를 키워 본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해 봤는데 그냥 운명처럼 이렇게 되는군요. 이 아기 새는 살 운명이었던가 봐요. 자꾸 운명을 따지면 운명결정론자가 되기 쉽기에 그만 따지고 그냥 잘 먹여 키워서 날려 보내 줘야겠어요. 내일 키우면 모레 날려 보내도 될 것 같아요. 아니면, 1주일 정도는 키워야 할지도 모르죠.

 

이름은 '구슬이'인데요, 눈이 구슬프게 생겼다고 해서 아내가 지어 줬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8월 5일을 오늘로 잡고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적은 것인데요, 구슬이는 6일날 시청 환경과에 전화하여 거기 관계자 분에게 인계했어요. 얘는 바로 동물병원으로 갔다가 6일~ 9일 아침까지 그 곳에 있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9일날 '안동동물보호소'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관계자분 말을 빌리자면 거기서 2~3달 정도 키워서 야생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아무튼, 잘 자라서 하늘을 맘껏 나는 멋진 직박구리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기록은 1주일 정도 지난 후에 했기에 날짜를 혼동했어요.ㅜㅜ

댓글